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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초피와 제피 산초

초피와 제피 산초


추석에 시댁에서 초피나무 열매 경상도에서는 제피라 부르는 것을 가져왔어요. 경상도 신랑을 만나니 제피를 보게되네요. 저는 경기도에서 계속 살아서 초피나무(제피)가 뭔지 잘 몰랐거든요. 경상도에서는 추어탕이나 김치에 초피(제피)가루를 넣어서 먹는다고 해요. 독특한 향 때문에 다른지역 사람들은 싫어하기도 한다네요. 부르는 명칭도 제각각이라 정식 이름은 초피나무 열매인데 경상도에서는 제피 또는 산에서 난다고 해서 산초라고도 합니다. 초피(제피)나무 열매를 가루낸 것을 산초가루라고도 불러요. 이 명칭 때문에 혼란이 올 수 있는데, 산초가루라고 해서 산초나무=초피나무(제피)가 아닙니다. 산초나무와 초피(제피)나무는 엄연히 달라요. 얼핏보면 비슷한데 열매의 쓰임도 산초나무 열매는 약재로 사용하는 반면, 초피나무 열매는 향신료로 음식에 많이 사용하지요.


제피 초피 산초


초피나무 열매를 따서 바짝 말리면 안에 들어있는 까만 씨가 떨어져나와요. 까만씨는 골라내고 껍질을 모아 갈아서 사용합니다.



제피 초피 산초


이틀 베란다에 말렸더니 씨가 제법 많이 떨어져나왔어요. 안떨어진 씨는 손으로 떼어서 분리했어요. 한시간동안 부지런히 분리해서 이렇게 알뜰살뜰 씨만 골라냈습니다. 씨도 먹어도 상관은 없다는데 시어머니가 그래도 일단 최대한 분리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제피 초피 산초


열매 껍질만 모아서 믹서기에 넣고 갈았습니다. 얼핏 보면 흙 같기도 하네요.ㅎㅎㅎ


제피 초피 산초

초피 열매 향은 시큼하니 동남아 스멜이 나는것 같기도 한데 저는 나쁘지 않았어요. 오히려 좋았습니다. 제 비위가 좋아서일까요. 그러고보면 태국 갔을 때도 분명! 고수가 들어간 음식이 있었을 텐데 전혀 신경쓰지 않고 모든 음식을 맛있게 먹고 왔던 터라 웬만한 향신료는 끄떡 없는거 같기도 해요. 한국에 돌아와서 쌀국수 집에 갔을 때 일부러 고수 달라고 해서 먹는데도 정말 아무렇지 않았거든요. 동서는 향이 별로라고 안가져갔는데 전 어떻게 쓰는지도 모른채 일단 가져왔네요. 


시댁에서 추석을 보내고 이것저것 배낭에 넣어왔었어요. 그 짐들 중에는 시댁에서 산에 올라가 밤 주울때 입고 시어머니가 세탁해 주신 티셔츠도 있었지요. 집에 돌아와 옷정리 하는데 그 티셔츠에서 뭔지 모를 향긋한 냄새가 나는거에요. 자꾸자꾸 맡고 싶어지는 향. 시어머니가 섬유유연제를 쓰시나 했는데 알고보니 초피(제피)봉지랑 같이 배낭에 있어서 향이 밴거 였어요. 그 정도로 저는 초피/제피 향이 좋았답니다.

추어탕 만들일은 없으니, 김치찌개 만들 때 팍팍 넣어 끓여보고 싶은데 비위 약한 울 신랑이 못먹을까 걱정이네요. ㅋㅋㅋ